모순(矛盾), 어떤 사실의 앞뒤,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뜻이다. 오늘 언급하고자 하는 대학입시 상황을 표현해 보았다.
‘가장 낮은 학과라도 높은 대학을 알려주세요.’, ‘재수를 고려하고 있으니, 전부 상향 지원하겠습니다.’ 이와 비슷한 표현은 매년 듣고 있다. 특히 정시전형 상담 때 학부모한테서 듣는 빈도가 높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가장 낮은 학과는 무슨 학과일까? 어느 학과이건 그 분야는 꼭 필요로 하는 전공지식이며 사회에 없어서 안 될 분야인데 자기가 무관심하다고 평가절하하기엔 다소 무례하지 않은가? 자연계열 기준으로 보면 의약학계열이 점수가 높다.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예...이를 줄여서 ‘의치한약수’라고 간칭한다. 물론 선호하는 학과 중심으로 수치로 서열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학부모가 말한 낮은 학과를 콕 짚어서 말하기가 모호하다. 비선호학과 또는 비인기학과라는 표현으로 설명하지만, 학부모 머릿속에는 그런 표현 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다. 그 순간부터는 올바른 상담보다는 찍기신공인 점쟁이가 된다. 적어도 자식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묻지도 않는다. 초중고등 교육에서 강조하는 진로적성 강화에 반하는 순간이다. 가끔 운 좋게 추합(추가합격의 줄임말)으로 문을 닫고 들어가면 최고의 입시 전문가로 소문나게 된다. 한때 대치동 최고의 점쟁이로 추앙받아 본인을 소개받았다며 점(?)보러 오는 개똥이 엄마들도 많았던 적이 있다.
또 다른 상황은 이렇다. ‘교차지원을 해서 대학을 높여주세요.’ 2년 전부터 부쩍이나 입시에서 교차지원이 늘어나고 있다. 수시(학생부교과전형)와 정시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다. 정량적 평가방식이다 보니, 대학(입학처)에서 요구하는 평가방식에 맞춰 교과활동발달상황, 수능 표준점수 또는 백분위 등의 정보를 평가한다. 쉽게 설명하면 모두 높은 성적부터 선발한다는 의미이다. 한 명이라도 인재를 선발하고자 하는 대학의 노력은 ‘가산점’이라는 히든카드를 만들어냈다. ‘수학’, ‘과학’ 과목 성적이 우수한 수험생에게는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인데, 자연계열 학생이 인문계 학과에 지원하면 이 가산점을 받게 된다. 그럼 인문계열 수험생도 자연계 학과로 가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하지만 아쉽게도 지원이 불가이다. 물리를 듣지 않은 공대생을 상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대학 들어가서 하면 되지 않아? 라고 간혹 공격성 질문이 있는 분이 있는데, 그 정도의 마음가짐과 정신상태면 공대 지원을 위한 재수를 추천한다. 모든 교차지원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부득이 자연계열로 선택했다가, 본인의 성향과 안 맞거나 새로운 진로 분야를 찾아서 인문계 학과로 지원하는 영향도 있기 때문이다.
위의 사례는 매년 입시지원 과정에서 벌어지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합불의 유무를 떠나 본인의 진로 선택에 있어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모습인듯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뉴스에서 인문계 학과로 지원한 학생의 자퇴생 비율증가 소식은 이 시대가 만든 교육정책의 피해가 아닌가 싶다. 이는 자연스럽게 문과 수험생이 지원할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은 융복합 인재 양성을 목표로 이상적인 포장으로 만들긴 했지만, 교육은 명확한 교육철학이 기반이 되어야 하고 본질에 따른 교육이 시행되어야 한다. 무늬만 통합교육이지 고2 진학 전, 자연계열 희망자는 물화생지(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의 줄임말)에서 과목선택을 한다. 결국, 2학년 때 나뉘는 과거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제도가 인재’를 만들기보다 ‘교육이 인재’를 만드는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대학에 진학하여 다른 학과 또는 타 계열 학과에 관심이 생긴다면 그건 학생 본인의 역량이고 대학은 그 학습의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지금의 복수전공, 이중전공, 다중전공이라든 복수학위 제도 또는 대학의 졸업요건 등으로 대학에서 다양한 학습의 기회를 주는 것, 이것이 대학을 진학하는 목적이고 진정한 진로 탐색의 기회로 인식되어야 하지 않을까?
-교육 분야에 기웃거리는 여의도 아저씨가 교육정책이 모순(矛盾)되지 않기를 바라며 수박 겉핥기로 적은 글-